싱그러운 나무들과 식물들, 꽃들이 아름답게 SNS 피드를 장식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자립준비청소년과 함께 합니다’ ‘보육원에 선물 보내기’ 등 플랜테리어 업체와는 결이 살짝 멀어 보이는 키워드들이 게시되기 시작했다.

 

2013년 농장에서부터 시작해 2021년 ㈜보라로 법인을 세우기까지 플랜테리어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조은하 대표를 지난 3월 21일 서울 성수동 심센터에서 만났다. ㈜보라는 플랜테리어 실내외 조경, 식물유통, 농장운영, 가드닝 교육과 창업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크리에이티브 그룹이다.

 

83년생 조은하 대표는 “저희는 입양가정”이라며 “부모님이 제가 스무 살 때 동생 3명을 차례로 한 명씩 입양했다. 제가 거의 엄마처럼 동생들을 키웠다. 3명을 입양했다고 하면 잘 사는 집인가 하지만 사실 둘째 입양 후에는 집에 빨간딱지가 붙을 정도로 경제적으로 심각하게 어려웠고 저는 그때부터 끊임없이 일해야 했다”고 밝혔다.

 

 

 

 

 

 

 

입양가정에서 가장의 역할을 도맡아 하며 동생 3명을 키운 조은하 대표는 그렇기에 또래들보다 이 사회와 가정, 삶을 이해하는 폭이 더 넓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자립준비청년들에 대한 마음도 커지게 됐다.

 

조은하 대표는 “자립준비청년들의 자립을 돕고 싶다”며 “플랜테리어 교육도 시키고 인턴십 등 같이 일할 기회도 만들어주고 싶다. 다른 회사로 취업 연계도 해주고 싶다. 이후에 더 큰 그림은 저희 친정부모님이 보육원에 대한 소명이 있어서 앞으로 보육원 친구들, 입양가족 친구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회사이고 싶다”고 설명했다.

 

가정에서도 사회에서도 선한 마음으로 똘똘 뭉친 그이지만 ㈜보라를 사회적기업으로 키워가는 과정 속에서 심각한 번아웃을 겪기도 했다.

 

조 대표는 “플랜테리어 업의 시작은 경기도 이천이었다”며 “거기서 농장을 하면서 식물을 키워서 팔았다. 회사 다닐 때는 다음날 회사 가는 게 싫었는데 농장 일을 시작하면서 부터는 다음날이 기다려지고 재미있었다. 농장이 잘 되면서 가드닝 클래스 쇼룸 매장도 냈다. 식물도 팔고 플랜테리어를 하고 클래스도 열었다. 그 규모에서 만족하면서 해야 했는데 월세가 2배가 더 많은 곳으로 확장 이전을 했고 이후 몇 달 안 돼서 남편이 교통사고를 크게 당했다. 남편의 목뼈가 부러지고 폐차됐다. 다행히 하나님의 은혜로 남편은 회복됐지만 저는 정말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남편이 아프고 온전히 회복되는 과정 가운데, 매장 임대료는 억으로 쌓여 갔고 동생들의 재정도 계속 책임져야 했다”며 “제가 이쪽 일을 시작한지 8년차 정도 됐을 때였는데 모든 것이 힘들었다. 번아웃이 왔던 것 같다. 1년 가까이 온몸이 너무 가렵고 진물이 났다. 굉장히 힘든 2019년, 2020년을 보냈다”고 털어놨다.

 

 

 

 

 

   

번아웃과 우울증까지 왔던 조은하 대표의 마음이 추슬러지고 회복되는데 큰 영향을 미쳤던 것은 재단법인 심센터에서 만난 동료들과 오승환 이사장의 멘토링 덕분이었다. 심센터는 기독교적인 가치관을 바탕으로 사회적 가치가 실현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청년들에게 다양한 교육 및 지원을 하고 있다.

 

조 대표는 “어떻게 회복이 되는지, 회복이 될 수는 있을지 몰랐다”며 “지나고 보니 하나님의 이끄심과 은혜였던 것 같다. 심센터에서 좋은 분들과의 관계 속에서 마음이 회복되고 다시 단단하게 되어졌다. 사회적가치를 세워가는 동료들을 만났고 특히 오승환 대표님이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저에게 응원과 격려를 많이 해주셨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가정에서도, 사업적으로도 아직 해결해나가야 할 문제들은 많다. 하지만 이제 번아웃을 끝내고 회복의 마음으로 올해를 기대하며 다시 달려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는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내가 온전히 하나님을 신뢰하지 못했구나’를 깨달았다. 내가 다 짊어지고 가면서 힘들다고 했던 것 같다. 하나님의 일하심을 기대하고 기다리지 못했던 것을 깨달았다. 하나님의 일하심을 기대하며 천천히 나아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플랜테리어 등 조경에 관심이 많은 청소년들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자연, 식물을 보니까 좋다”며 “초록이 좋은 영향을 준다. 저는 낭만이 별로 없는 사람인데 식물한테 말을 걸기도 한다. 또 조경사업이 유망한 직종이기도 하다. 요즘에 인테리어를 하면 기본적으로 조경이 많이 들어간다”고 장점에 관해 설명했다. 

다만 “인테리어 영역까지 일이 확장되다 보면 사람과 사람의 일이다 보니 또 힘든 일들이 생긴다”며 “또, 육체적으로 굉장히 에너지가 많이 든다. 젊은 남자들도 힘들어하기 때문에 체력관리를 잘하면서 하면 좋을 듯하다”고 밝혔다.

 

 

▲ (주)보라 조은하 대표(맨 앞줄 오른쪽)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댓글 작성 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주세요.

• 닉네임
• 비밀번호
• 
• 도배방지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