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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따라 하는 음악 말고 그 본질을 찾으세요"

'포아피아노연구회' 대표 서울대학교 피아노과 주희성 교수

조경이 | 기사입력 2024/09/09 [20:06]

"남 따라 하는 음악 말고 그 본질을 찾으세요"

'포아피아노연구회' 대표 서울대학교 피아노과 주희성 교수

조경이 | 입력 : 2024/09/09 [20:06]

 

▲ 서울대학교 주희성 교수    

 

 

대학에서 후학양성의 치열한 시간을 보내면서 개인 연주회를 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상황인데 비영리단체까지 만들었다. 전공자는 물론 클래식에 애정을 갖고 있는 비전공자에게도 연주의 기회를 열어주고 싶은 마음으로 비영리단체 포아(PoAH)피아노연구회를 만든 이는 바로 서울대학교 피아노과 주희성 교수다. 주 교수는 2019년 포아피아노연구회 대표 및 예술감독으로 전문가와 비전문가를 두루 아우르며 다양한 기회를 통해 연주 활동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5일 금호아트홀에서 아름다운 목요일초청 독주회를 마친 주희성 교수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카페 보드레 안다미로에서 만났다. 주 교수는 포아피아노연구회를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졸업생과 유학 다녀온 제자들을 만나면 공부도 열심히 하고 연주도 잘 하는데 한국에 돌아왔을 때 자리 잡기도 어렵고 연주 기회도 많지 않은 게 현실이었다제자들이 사비를 들여 음악회를 여는 것외에 방법이 없어서 고민 끝에 비영리단체를 만들어 우리끼리 음악회를 기획해보고 대중들에게 좋은 음악을 들려주자는 마음으로 시작됐다고 밝혔다.

 

세월을 거듭하면서 전공자뿐만 아니라 비전공자를 위한 콩쿠르까지 개최하게 됐다. 주 교수는 싱가포르 콩쿠르 심사를 갔는데 전공자 부문 심사에 이어 아마추어 부문의 공연도 볼 기회가 있었다굉장히 많은 참가자들이 있었다. 청소년 아들과 엄마의 연주도 있었다. 전공자에 비해 서툰 부분이 있었지만 콩쿠르를 위해 엄마랑 아들이 준비했을 모습이 상상이 되면서 음악이 굉장히 아름답게 느껴졌다. 기술적인 부분을 떠나서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가족 간에 점점 소통이 단절되어 가는데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에도 저런 문화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제자들에게 아마추어 콩쿠르를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아마추어 클래식 음악인을 위한 포아피아노 콩쿠르로 첫 아마추어 콩쿠르 대회가 열렸고 이후 포아 뮤직 콩쿠르로 이름이 바뀌어 올해까지 5회가 열렸다. 첫 회에 50여 명 이상이 참가했고 이후에 100여명 이상이 참가할 정도로 많은 아마추어 클래식 연주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주 교수는 첫 회부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오셔서 놀랐다어릴 때 전공하다가 그만 둔 분도 있고 취미로 시작했다가 열정적으로 피아노에 파고든 분들도 있었다. 심사하는데 전공자 선생님들도 너무 감동을 받아서 대회 개최하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년 참가를 하고, 또 다음 해를 위해 일 년 동안 연습하면서 다음을 기약하는 분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올해 8월에는 전공자와 비전공자 모두 아우르는 국내 최대 규모의 뮤직페스티벌인 제1아마포아 뮤직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이틀 동안에 열린 클래식 축제에 총 5회의 음악회와 1회의 세미나, 그리고 1회의 마스터클래스가 구성됐다. 총 예술감독으로 혼신의 힘을 쏟아부었고 성황리에 축제를 마무리했다.

 

주 교수는 순수하게 음악을 사랑하는 분들과의 만남이라 그런지 이틀간 총 13시간의 꽉찬 일정이 전혀 고되게 여겨지지 않았고 오히려 마음이 깨끗해지면서 저절로 살아있는 에너지가 나오는 신기한 경험이었다휴가나 연차를 내고 이번 페스티벌을 위해 연습했다는 분들, 본업이 음악이 아닌 분들이 황금같은 주말을 고스란히 음악으로 꽉 채워 함께 하는 모습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시간이었다. 음악을 단순히 즐기는 것을 넘어 연주의 완성도를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 자체가 감동이었고 매번 발전되어가는 모습에 또 한번 놀랐다고 소회를 전했다.

  

 

 

 

피아노를 전공한 어머니 밑에서 자라며 자연스럽게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다섯 살 때부터 피아노를 시작해 초2 때부터 콩쿠르에 나갔다. 교회 주일학교 선생님으로 봉사하는 부모 밑에서 자라 초등학교 때부터 교회 반주자로 봉사를 시작해 미국 유학을 떠나기까지 반주 봉사를 계속했다. 미국의 유학 생활도 넉넉지 못한 상황에서 시작했지만 한인교회와 미국교회 등 자신을 필요로 하는 섬김의 자리는 늘 자리를 지켰다.

 

예원학교, 서울예술고등학교,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을 거쳐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고, 동 대학원에서 전문연주자 및 최고연주자과정을 수료했다. 그의 스승은 한국인 최초로 미국 명문 음대인 뉴잉글랜드 음악원 교수가 된 피아니스트 변화경이다. 그는 변화경을 비롯해 러셀 셔먼, 폴 루트만, 김형배, 한옥수, 이강순 등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구축해 왔으며 2003년 모교인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의 기악과 교수로 임용됐다.

 

유학을 마치자마자 강사 생활의 고단한 여정이 시작된 것이 아닌 모교 교수로 임용된 것이다. 그는 사실 저도 유학생활 10년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오면 보통의 다른 유학생들처럼 강사부터 시작하면서 커리어를 쌓아 갈 줄 알았는데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당시 변화경 선생님이 서울대학교에 모집 공고가 있으니 원서를 써보라고 해서 열심히 서류를 준비했다. 처음에는 안됐는데 두 번째 기회가 닿아서 서른넷에 임용이 됐다고 밝혔다.

 

국내외 명문대 출신의 유수한 음악전공자들 사이에서 서울대학교 교수로 임용된다는 것은 그야말로 기적 같은 일이었다. 그는 “88학번 신입생인데 92년도에 졸업하고, 10년 만에 다시 학교로 돌아가게 된 것이었다학교 정문을 보는데 , 이건 내 실력도 조건도 아닌 오직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라는 것을 온몸으로 알게 됐다. 하나님이 주신 자리라는 것을 느꼈고, 하나님의 뜻을 지금은 알 수 없지만 내가 하나님의 선한 도구로 살아야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임용 첫날 깨닫게 됐다고 고백했다.

 

피아니스트를 꿈꾸며 입시를 준비하는 많은 청소년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 그는 남을 따라 하는 음악을 하지 말고 음악의 본질을 찾아내려고 노력해야 한다작곡가에 따라 원하는 음악이 다 다르다. 작곡가가 담으려고 한 철학을 찾아내려고 노력하고 그 안에서 내 음악을 찾아내야 한다. 다 비슷하게 잘 치는 아이들은 많지만 다르게 하는 아이들이 있다. 음악적인 재능일 수도 있지만 찾아내는 고민이 있으면 그게 들리는 거 같다. 기계적으로 피아노를 연마하듯이 하지 말고, 기본적인 스킬을 갖추었다면 다음 단계에서는 음악에 대한 본질을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는 후배 연주자들을 위해서는 세상의 이익을 생각한다면 이 길을 갈 수 없을 것 같다이윤을 따져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음악을 알아가는 기쁨이 있고, 음악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오는 기쁨이 있다. 이 길을 들어선 후배들에게는 조바심내지 말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조바심을 내면 그 음악이 아름답게 들리지 않고 초조해하는 내면이 다 보인다. 자기 자신을 이기고, 음악을 믿고 따라가다 보면 연주의 기회도,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기회도 생기지 않을까 싶다고 따뜻한 메시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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